스마트 시계, 또 다른 모습의 스마트TV인가?

[그림8] 휴대폰 때문에 시계가 액세서리가 되는 현상
[용도변경손목시계가 액세서리가 되는 현상… 상대방이 시간을 물을 때손목에 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하고 알려주는 현상


1. 소비자 TV 시청행태와 환경을 감안하지 않는 스마트TV

 스마트TV는 사용자의 TV 시청 행태와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제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TV는 기본적으로 쇼파 등에 기대어 시청하는 린백(Lean-Back) 기기인데, 스마트TV는 직접 검색과 실행 등을 해야 하는 린-포워드(Lean-Forward) 기기이므로 시청 행태를 완전히 전환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PC 등 다양한 스크린으로 TV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TV를 보면서 다양한 스크린을 함께 사용하며 관련 콘텐츠를 찾거나 상관없는 독립된 활동을 한다. 구글 연구[1]에 따르면 멀티 스크린 환경에서 스크린간 관련있는 콘텐츠 검색 등의 활동은 22%에 불과하고 대부분인 78%는 독립적인 활동을 한다고 알려 졌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TV 시청 행태와 환경을 감안한다면 TV는 여전히 린백으로 시청하고 스마트 기능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눈 앞에 있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림1] TV 시청 환경
☞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TV를 시청하더라도 많은 경우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으로 자신이 관심이 있는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활용.
☞ TV는 듣다가 모바일 기기 활용하면서, 관심있는 장면이 나올 때만 잠시 집중.

2. 스마트 시계, 활동량계를 넘어 스마트폰을 시계에 설치하여 손목을 장악하려는 시도

 최근 안경(구글 글래스), 시계(갤럭시 기어 및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시계 등) 등이 주요 웨어러블 기기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들 중에서는 손목에 차는 기기가 좀 더 시장에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나이키 퓨어밴드(Nike+ FuelBand), 조본 업(Jawbone Up), 핏빗(Fitbit) 등 활동량 계(Activity Tracker)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패블 시계(Pebble Watch)가 킥스타터(Kick Starter)라는 클라우드 소싱 공간을 통해 전세계 7만명 초기 혁신가(Innovator)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1천만$ 수준의 자금모집을 성공했다. 그리고 애플이 스마트 시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Galaxy Gear)라는 제품을 빠르게 출시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하다.


가) 스마트 시계는 컴퓨팅 성능이 포함된 손목에 차는 시계형태의 또다른 스마트폰

 스마트 시계(Smart Watch)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집단지성으로 완성되는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따르면 ‘스마트 시계는 시간 확인 그 이상의 기능을 가졌으며 스마트폰 수준의 컴퓨팅 성능을 가진 손목 시계’로 정의되어 있다. 스마트 시계에 앞서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손목에 차는 활동량계(Activity Tracker)로 이들 제품까지가 어쩌면 사용자들의 니즈를 가장 잘 반영한 제품의 형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스마트 시계는 이들 활동량계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면서도 손목에 찬다는 공통점 때문에 세상에 나왔는지도 모른다.


나) 웰빙 생활을 위해 필요한 활동량계(Activity Tracker)

 활동량계는 다양한 제품이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나이키 퓨얼밴드, 조본 업, 핏빗 등을 살펴볼 것이다. 퓨얼밴드는 200$ 이상, 업과 핏빗(Flex)는 보통 100$ ~ 150$ 수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우선 나이키에서 나온 퓨어밴드는 철저하게 체력관리를 위한 활동량계이며, 물리적 활동량, 하루에 걷는 양 및 소비하는 칼로리량을 계산해 사용자가 스스로 체력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퓨얼밴드는 인체공학적으로 멋스럽게 설계되었으며, 시간, 소비된 칼로리, 걸음걸이 양 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1번 충전하면 7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그림2] 퓨얼밴드 디자인 및 측정 가능한 수치들
☞ 오른편부터 퓨얼밴드 디자인, 월활동량, 활동 총계
Source : http://qadin.tistory.com/29, http://gisi.tistory.com/84

 조본의 업은 나이키 퓨얼밴드에서 한 단계 더 나가 사용자들의 수면량, 식습관 및 하루에 걷는 양과 소비되는 칼로리 량을 계산에 보여준다. 업은 잠을 잘 때 세팅을 하면 수면 중 움직임을 측정하여 얼마나 편안하게 잤는지 측정해 주고, 낮잠을 잘 때도 최적의 시간인 26.5분 후 일어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알람을 알려준다. 그리고 업은 완벽하지 않지만 무엇을 먹었는지 직접 입력하거나, 스캔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식사한 칼로리를 계산해 준다.

[그림3] 조본으로 측정가능한 수치들

☞ 오른편부터 주요 기능, 활동량, 수면량, 섭취되는 음식량 측정 데이터 베이스(DB)
Source :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use&wr_id=512270, http://news.cnet.com/8301-33620_3-57582655-278/my-life-with-the-jawbone-up-activity-tracker/

 마지막으로 핏빗(Fibit)은 조본 업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제품이다.

[그림4] 핏빗으로 측정가능한 수치들

☞ 오른편부터 디자인, 수면량 및 활동 량들
Source : http://blog.naver.com/hallym?Redirect=Log&logNo=90185843195


다) 시계에 스마트폰을 설치한 스마트 시계

 스마트 시계의 예시로 처음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패블 시계, 삼성의 막대한 마케팅으로 알려진 삼성 갤럭시 기어 등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우선 패블 시계는 SMS 등 알림 통지 기능, 운동 중 음악 제어, 활동량계, 알람 등이 가능하다. 가격은 $150 수준이다. 그리고 패블 시계는 자체 패블OS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며, 현재 스마트 시계 중 가장 많은 앱 생태계(약 2,000개 이상)를 보유하고 있음[2].
[그림5]페블 시계의 사용 가능 기능들

Source : https://getpebble.com/discover 

 그리고 갤럭시 기어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만 연결되는 스마트 시계로 SMS·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알림 통지, 기기 찾기, 핸드-프리 전화 등 다양한 기능들을 제공한다. 갤럭시 기어는 현재 아마존(Amazon.com)을 통해서 약 300$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OS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시계임에도 불구하고 시계를 볼 때 터치를 하거나 움직여야 화면이 켜지는 등 시계의 본질적인 기능을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아니라 사용중에 뒷면이 따뜻해져 여름에는 사용하기가 불편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림6]갤럭시 기어

Source : Samsung Electronics 홈페이지

이렇게 볼 때 스마트 시계는 아직까지는 활동량계 성공에 자극받은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이 아직 명확한 사용 가치를 찾지 못한체, 스마트폰을 시계에 집어넣어 사용자들의 손목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3. 스마트 시계 역시, 사용자들의 시계 사용 행태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

 어떻게 보면 스마트TV는 스마트폰을 크게 만들려는 접근이었고, 스마트 시계는 스마트폰을 작게 만들려는 시도로 밖에 보인다. 그래서 사용자들의 손목을 장악하려는 스마트 시계가 과연 사용자들의 사용 행태와 환경에 적합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7]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


가) 이미 모든 스마트 기능은 스마트폰(태블릿PC 포함)으로 수렴되어 사용 중

 TV와 함께 시계 기능 역시 하나의 앱(Application)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시계, TV, SNS, 인터넷 서핑 등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스마트폰(태블릿PC)으로 사용하는데 익숙해 있다. 다만 문서 작성, 인터넷 서핑 등 일부 기능을 화면이 큰 노트북을 통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시계를 시간을 보는 기능보다는 오히려 패션 또는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는 악세사리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주목하여 사용해야 할 스마트 기능이 시계에서 구현될 때, 사용자들의 지금까지의 시계 사용 행태를 완전히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스마트TV처럼 소비자들이 가치를 못 느끼는 제품을 제조사들이 강요하는 형태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나) 시계는 시간을 보여주기 위한 기기가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악세사리

 이미 사람들은 시간을 알기 위해서 시계보다는 휴대폰 또는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으로는 시간 외에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생각이 나면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스마트폰을 먼저 들여다 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시계의 의미를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광고가 2005년에 만들어 졌었다. 휴대폰이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SKT의 ‘현대생활백서’의 171. 용도변경편이 그것이다<[그림8] 참조>. 어쩌면 2005년부터 이미 사람들은 스마트 시계 사용행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다) 시계는 기능보다 부 또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타인에게 드러내는 기기

 글로벌 시계 시장은 일부 국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그 중 스위스와 중국이 압도적인 시계 제조국들이다.
[그림9] 시계 시장 규모
Source: “The Swiss and world watchmaking industry in 2012”

 스위스, 홍콩, 중국, 프랑스, 독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치 및 물량 기준 시장 점유율을 구해 보면, [그림9]처럼 스위스는 가치 기준으로 52%, 물량 기준으로 2.7%를 차지한다. 그리고 스위스 3대 시계 제조사인 스와치(Swatch), 리치몬드(Richemont)와 로렉스(Rolex)는 전체 시장의 45%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중국은 물량 기준 62%, 가치 기준 12% 수준이다.

 스위스 등 서유럽 3개 국가가 전체 시장 가치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미국 제조사들까지 포함하면 65% 수준에 달하는 등 제조 경쟁력이나 기능보다는 전통이 중요한 브랜드 중심의 시장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림10]에서처럼 가치 관점에서 고급 시계 판매 시장을 보면, 서유럽 6개국이 32.13%이고, 미국이 21.20%, 중국이 22.88%를 차지하는 등 선진 시장 및 부호가 많은 중국 시장 등이 큰 시장으로 부 또는 자신의 사회적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시장이 중심임을 알 수 있다
[그림10] 지역별 고급 시계 판매 분포

Source : Worldwatchreport(2012)

 그리고 [그림11]처럼 고가 시장은 로렉스, 오메가, 까르띠에 등 3대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40%를 갖고 있는 등 주요 플레이어싀 시장 지배력이 높은 시장임을 알 수 있다.

[그림11] 고가 시장 브랜드 M/S

Source : Worldwatchreport(2012)

 일본 내 소비자들의 시계 구매 성향을 예시적으로 본다면, 남녀 불문하고 3백만원 ~ 5백만원(0.3 ~ 0.5M¥)이 가장 많았으며, 남자들의 경우 그 다음이 5백만원~ 1천만원(0.5 ~ 1.0M¥), 그리고 3번째로 많은 가격 구간이 1백만원~1.5백만원(0.1~ 0.15M¥) 순이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그 다음 순이 2백만원 ~ 3백만원(0.2 ~ 0.3M¥), 세번째가 3십만원 ~ 5십만원(0.03 ~ 0.05M¥) 순으로 시계에 대한 기능보다는 가격대와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그림12] 일본 시계 소비에 대한 소비자 조사 내역
Source : ‘Consumer Awareness survey on watches 2012’ Federation of the swiss Watch Industry.

라) 스마트 시계는 스마트화에 허우적거리는 제조사들의 또 다른 실책이 될수도

 스마트 시계가 활성화되려면 사람들의 스마트폰 중심의 사용 행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 말은 손보다 손목이 사람들의 소통의 핵심이 된다는 말이 될 수 있는데, 과연 쉬울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시계 시장의 성공 요인인 브랜드를 생각해 본다면, 스위스 시계 수준의 브랜드력과 맞먹는 수준이라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스마트 시계가 사용하는 그 사람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알려주는 기기로써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인데, 그 경우 비서보다는 불편한 스마트 기능이 그 가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스마트 기기를 좋아하는 신제품 애호가(Techie)들에게 어필(Appeal)하려면 1.5 ~ 2.5년 사이에 1번씩 바꾸는 스마트폰, 그보다는 조금 긴 태블릿PC, 때로는 스마트 기기의 높은 성능을 만끽할 수 있는 게임콘솔 등을 구매한 다음에 소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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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New Multi Screen World Study’, Think with Google(2012)
[2] http://blog.laptopmag.com/pebble-watch-ap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