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3:스마트폰•태블릿PC와 연결성이 변화시키는 전자 산업




    글로벌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13’이 새해 1월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다. 전자 제품 제조사들이 CES를 통해 그 해 출시할 신제품을 전시하기 때문에, CES는 해당 년도의 전자 산업 동향 및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장이 되어 왔다. 지금까지 열렸던 대부분의 CES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 주로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가전 제품들을 주로 다뤘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TV가 스마트화, 디자인, 화질 등의 화두로 CES의 중심이 되었었다. 하지만 올해 키워드는 “스마트폰·태블릿PC”와 “연결성”이며, 이 두가지 키워드가 변화시키는 전자 산업에 대해 많이 다루어졌다. 


1. CES 2013의 키워드 : 스마트폰·태블릿PC와 연결성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이 2013년 전자 산업 전체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CES를 주관하는 CEA(Consumer Electronic Association)가 CES 2013 행사에서 발표한 2013년 전자 산업 전망에 따르면 이머징 시장과 스마트폰·태블릿PC가 2013년 전자 산업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머징 시장을 견인하는 제품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이기 때문에 결국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2013년 전자 산업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표1-1> CEA의 2013년 전자 산업 전망 주요 내용 

Source : CEA(2013)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 확대는 다양한 전자 제품의 연결성(Connectivity)을 증진시켜 새로운 사용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이 확대되면서 가정 내 와이파이(Wi-Fi) 설치가 늘어나는 등 가정 내 전자 제품들의 연결 환경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러한 연결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장소에 상관없이 TV를 시청하거나, 집 밖에서 집안 온도를 조절하는 등 기존 전자 제품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던 경험을 이미 겪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사용 경험이 특정 제품으로 국한되어 있거나 그 완성도가 낮아 보완해야 될 점이 아직은 많다. 이를 보완한다면 향후 연결 환경과 그 속에 새로운 사용 경험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1. 스마트폰·태블릿PC는 연결의 중심(Hub)

    “연결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어떻게 전자 제품을 사용할까?” 라는 질문은 이미 많이 논의되어 왔었다. 예를 들어 적어도 가정 내에서는 거실의 중심인 TV가 다른 가전 기기들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의견, 공간 제약이 없고 개인화된 스마트폰·태블릿PC가 다른 전자 제품들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의견 등 다양하게 있어 왔다.

    이번 CES 2013을 통해서 후자인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소비자와 다른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시키는 중심 (Hub)이 되고 있는 방향성을 찾은 것 같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더 많이 확산되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것이고, 심지어 TV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CEA의 연구도 이를 지지하는데, 그 내용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다양한 제품을 연결시키는 그리고 서비스의 중심이다(Smartphone and tablet PC are used as an interface of services and they becomes the viewfinder of consumers digital life)”였다.

    그리고 CES 2013에 전시된 전자 제품들을 보면 스마트폰·태블릿PC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전자 제품을 제어하거나 연결시키는 많은 도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아직은 미숙한 수준이어서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그러한 시도 속에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은 열릴 것으로 보인다.



2. 아직은 스마트폰·태블릿PC와 연결성 속에서 전자 제품의 사용 환경을 규명하는 도전 시기

    CES 2013에 전시된 전자 제품을 통해 스마트폰·태블릿PC와 연결성이 어떤 가치를 사용자 에게 제공하고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규명하고 싶었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이번 CES는 스마트폰· 태블릿PC와 연결성이 전자 산업을 변화 방향성과 진행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장인 것 같다.


2.1. 아직 해답을 찾고 있는 가전 제품의 연결성

    가전 제조사들은 가정 내 연결 환경에서 기기들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예전에는 가전 제품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독립적인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능들을 제공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CES 2013의 가전 제품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연결되어 사용되는 상황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변한 것 같다.

    LG전자, 삼성전자, 월풀 등 가전 제품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제어할 수 있는 가전 제품들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가정 내 냉장고, 세탁기, 오븐 등을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롤(Smart Control)을 선보였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냉장고에서 에버노트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에버노트가 설치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조리법(Recipe)를 공유하거나 필요한 식자재를 가족들에게 부탁할 수 있는 냉장고를 선보였다. 월풀(Whirlpool) 은 냉장고 문 안에 스피커를 설치하여 스마트폰·태블릿PC로 음악을 켜면, 냉장고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쿨복스(CoolVox)를 선보였다.

    제품 수준을 넘어 새로운 서비스 컨셉이 제안되기도 했는데 월풀의 프레쉬 커넥트(Fresh Connect)가 바로 그 것이다. 기존 냉장고의 컨셉은 식자재를 냉장고에 한꺼번에 저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컨셉은 냉장고의 저장 공간을 식자재별 큐브로 분리시켜 최적의 상태로 저장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부족분이 생겼을 때 소비자에게 알려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로 주문하면 가정으로 배달을 해준다.

    프레쉬 커넥트는 냉장고의 컨셉을 바꾸는 것 뿐만아니라 냉장고 속의 식자재 현황 파악 방법도 바꾸는 접근이다. 기존 냉장고 제조사들은 식자재를 냉장고 속에 넣을 때 일일이 소비자가 입력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월풀은 식자재별 큐브를 미리 구분해 놓아서 소비자가 큐브에 잘 담기만 하면 자동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림2-1> 월풀의 프레쉬 커넥트 컨셉 

※ 참고자료 : http:··www.youtube.com·watch?v=YOrSxf3Efv4

    하지만 이러한 제품과 컨셉이 스마트폰·태블릿PC과 연결되어 사용되는 가전 제품들의 사용 모습과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가정 내 가전 제품이 향후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겠고, 동시에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규명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2. 스마트폰·태블릿PC용 주변기기 또는 이를 활용한 새로운 전자 제품 봇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이 확대되면서 케이스, 키보드, 스피커, 이어폰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사용성을 보완하는 주변 기기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CES 2013에는 다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주변 기기들이 전시되었는데 대부분 비슷한 성능을 가진 것이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그리핀 테크놀로지(Griffin Technology)의 서바이버 케이스와 리퀴펠(Liquipel)의 필름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떨어뜨리거나 물에 빠지는 등 극한 상황에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보호해 주는 주변 기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림3> 보완기능을 하는 스마트폰·태블릿PC 주변기기 

※ 왼편은 그리핀 테크놀리지의 서바이버 케이스, 오른편은 리퀴펠의 필름을 씌운 스마트폰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제품 컨셉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스페로처럼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제어할 수 있는 장난감 및 기기 등이 CES 2013에 많이 전시 되었다. 또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해 건강 정보를 수집하여 헬스케어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서 기기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그림4> 새롭게 만들어진 영역의 제품들 

※ 왼편은 스피로를 활용한 AR(증강 현실) 게임, 오른편은 나이키 퓨어밴드와 비슷한 핏빗 플렉스(Fitbit Flex)


3. 스마트폰·태블릿PC와 연결성이 일부 TV 시장과 단일 기능의 전자 제품 시장을 대체할 전망

    소비자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앱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고, 게임도 하고 길을 찾기도 한다. 이러한 기능 하나 하나가 예전에는 전자 제품이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앱이 이들을 대체해 가고 있다.


3.1.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 확대가 TV 시장을 위협

    TV는 작년 CES까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전자 제품이다. 그리고 올해도 LG전자, 삼성전자 등 TV 제조사들이 대형화, OLED 등을 적용한 새로운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예전처럼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지금 현재로써는 뚜렷한 성장 동인이 보이지 않는 것이 TV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하나의 이유다. CEA 연구에 따르면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대형 TV 시장이 2016년까지 미국 전체 시장의 5%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그리고 TV 시장이 성장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으로 부터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위협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 확대는 중소형 TV의 대체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CES 2013 행사 중 열린 컨퍼런스에서 버라이즌 IPTV 사업부문의 담당인 마이트레이 (Maitreyi Krishnaswamy)는 “TV는 이제 또 하나의 앱일 뿐이다(TV is now an another app). 그리고 버라이즌 IPTV 시청자 중 TV가 없는 집들이 이미 20%를 넘는다. 이런 움직임으로 볼 때 이미 20인치 미만 TV 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TV 제조사 관계자가 언급한 향후 개인화 추세 등으로 인해 가족 제품인 TV보다는 개인 기기인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컨퍼런스에서 공감을 얻었다.

    둘째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스마트TV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TV 제조사 중심으로 스마트TV 확대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아직 스마트TV만이 줄 수 있는 사용자 가치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소비자들은 TV를 보면서 이메일을 체크하는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다. 구글 연구에 따르면 미국 시청자의 77%가 TV를 시청하면서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중 22%만이 TV 관련 콘텐츠를 검색할 뿐 나머지 78%는 이메일 확인 등 TV와는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소비자들은 값 비싼 스마트TV를 구매하지 않고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사용해 더 많은 앱과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3.2. 스마트폰·태블릿PC의 앱이 단일 기능의 전자 제품 대체 

    앱을 통해 다양한 멀티 미디어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인해 네비게이션, MP3 플레이어, 녹음기 등 단일 기능의 미디어 기기들의 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CES 2013에는 단일 멀티 미디어 기능을 하는 제품 중에서는 아직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가가갈 수 없는 성능을 가진 카메라 정도가 전시되어 있을 뿐, 다른 단일 미디어 제품들은 사라졌거나 있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4. 전자 산업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인

    2013년 CES만으로는 전자 산업 전체를 정확히 예상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CES 2013보다 더 좋은 전자 산업에 대한 전망 지표는 없을 것이다. CES 2013을 통해 알 수 있는 ‘전자 산업의 성장 정체’, ‘이머징 시장과 스마트폰·태블릿PC 중심의 성장’이 한국 전자 제조사들에게 반가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휴대폰과 태블릿PC 시장 내 경쟁력 확보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휴대폰 시장에서 한국 제조사들이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 대비 경쟁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곰곰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목록 중 가장 먼저 매진된 제품 중 하나가 US 60 ~70$ 즉 우리나라 돈으로 6 ~ 7만원 사이에 팔린 7인치대 중국 태블릿PC인데 이들과 어떻게 경쟁을 할 것인지도 중요할 것이다. 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연결 환경 속에서 아직 해답을 찾아 헤매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제외한 다른 전자 제품들도 시장에서 뚜렷한 사용 가치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적 완성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까지 한번도 치열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전자 산업이지만, 2013년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