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 PC의 윈텔에서 스마트폰의 리암체제로

[그림1] 스마트폰의 레고블럭화? 

Source : A repelling spider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OS와 iOS의 양강(Duoploy) 체제는 더 강해 지고 있다. 2012년 4분기 기준으로 양강OS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어섰다. 이 중 안드로이드OS가 70%를 차지했다. 이들 양강 OS로의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OS에 대한 쏠림현상이 강해질수록 스마트폰 시장도 MS가 독점적인 지위를 행사했던 PC시장처럼 변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제조사들에게 들게 마련이다.

 우선 PC 시대를 대표했던 화두를 뽑으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윈텔(Win-Tel) 체제”이다. 윈텔은 PC용 OS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이하 MS)의 OS 명칭인 윈도우와 CPU 제조사인 인텔(Intel)을 합친 용어로 양사간의 협업이 PC 산업 전체의 혁신을 주도해 왔다. MS와 인텔이 PC의 성능과 사용성을 결정했기 때문에 이들 외 기타 참여자들은 양사의 로드맵에 따라 부품 또는 제품을 개발 및 제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품 또는 제품 제조사들은 MS와 인텔이 정해준 가이드라인 속에서 운영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누가 더 저렴하게 만들어서 판매하느냐가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그래서 제조업의 암울한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은 “□□제품의 PC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도 PC화되어 제조사들이 단순 조립밖에 할 수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PC제조를 단순 조립활동으로 만든 윈텔 체제와 같은 현상이 스마트폰에서도 일어날지가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Q1) PC 제조와 스마트폰 제조의 차이는 무엇인가?

  PC, 스마트폰을 이야기할 때 주로 하드웨어 제품이라고 일컫는다. 이런 카테고리 속에서 PC와 스마트폰의 차이는 없다. 하드웨어는 서비스와 대조되는 기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들 기기를 구성하는 1/3 요소에 불과하다. 기기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구”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면 하드웨어는 다양한 부품들을 PCB(Printed Circuit Board)에 통합시키는 개발 및 조립 활동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가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게 지원하는 활동하거나 그 이상의 서비스 제공하는 무형재이다. 마지막으로 기구는 기기들의 형태, 크기 및 그립감 등을 제품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활동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PC산업부터 살펴보면 PC 제조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구 중 하드웨어 단순 조립밖에 없다. 그 배경에는 “윈텔”의 강력한 협업이 자리잡고 있다. 윈텔 양사가 하드웨어를 구성할 수 있는 스펙을 미리 정해주었고, MS와 인텔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최적화 작업을 해 주었다. 그리고 기구 관점에서 보면 노트북은 크기, 무게, 디자인 등 추가적인 기구 활동을 할 수 있지만, 데스크탑 PC는 본체도 크고 소비자들도 부품 교체가 가능한 큰 것을 선호해 기구 역할의 가치와 중요성은 떨어진다.

 사실 한 때 PC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개발의 자율성이 존재했었던 적이 있었다. HP와의 합병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진 컴팩(Compaq)이 1980년대 다른 IBM 호환PC에 비해서 신뢰받는 브랜드로 안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사 PC의 마더보드를 직접 개발, 제조하며 타 PC제조사들보다 좀 더 안정적이고 고성능의 PC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 인텔이 새로운 CPU를 출시해도 마더보드 및 PC 제조사들이 채용해 주지 않아, 자사 CPU에 최적화된 마더보드를 개발해 제공하는 사업에 직접 들어갔다. 그리고 그 기술을 마더보드 제조사들에게 전파한 결과 컴팩이 더 이상 마더보드를 통한 제품 차별화를 할 수가 없었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구 측면에서 제조의 자율성이 높다. 첫째 하드웨어 측면에서 휴대폰 제조사들은 역량과 목적에 따라 AP(Application Processor; PC제조사의 CPU에 해당)를 선택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AP는 대부분 ARM사의 IP(Intellectual Property)를 사용하지만 AP 개발사별 IP 자산에 따라 다양한 성능과 기능의 AP들이 존재한다. 삼성전자나 애플의 경우 자체 AP를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대규모 물량을 보장하는 경우 AP 개발사에게 전용(Custom) AP를 요구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구글과 협의가 필요할 경우도 있겠지만 새로운 부품을 적용한 제품 개발도 가능하다.

 둘째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할일이 많다. PC의 경우 인텔 칩셋과 MS 윈도우를 설치했다면 제조사 브랜드에 상관없이 비슷한 안정성과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제조사별 모델별 AP, 하드웨어 부품 등이 달라 같은 안드로이드OS버전 스마트폰일지라도 그 성능과 안정성은 천차 만별일 수 밖에 없다. 우선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AP와 OS 최적화 작업이 제조사 몫이 되었다. 과거 피처폰 시대에는 퀄컴과 같은 모뎀칩 개발사가 최적화된 커널을 함께 제공해줘서 제조사들에게 그 역량은 필요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스마트폰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역할은 피처폰 보다 더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구글과 협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스마트폰 첫화면도 제조사의 역량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다<[그림2] 참조>.

[그림2] 제조사별 다른 UI 

Source : www.hardwarezone.com.sg, www.bgr.com, http://www.loopygadgets.com 


 셋째 기구 측면에서 스마트폰은 PC보다 제조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는 분야이다. 스마트폰은 개인의 정체성 표현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 그리고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타 기기에 비해 짧아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접목시키면서도 이동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스마트 기기에 비해서 기구의 중요성이 클 수 밖에 없다. 아직은 과거 피처폰 시대에 있었던 바(Bar)타입, 조가비(Clamshell), 슬라이드 형태 등 다양한 시도에 비해 그리 큰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나타난 변화는 애플 맥북처럼 케이스의 속을 파서 만드는 유니바디(Uni-body) 형태의 제품들이 애플, 소니, HTC 등을 통해 출시되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구글 안경, 애플 시계 등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기기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이런 기기들을 스마트폰이 어떻게 연결하고 통합시킬지 기구 영역에서 감당해야할 부분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Q2) PC의 윈텔 체제와 같은 강력한 OS-AP 협업 체제가 스마트폰에도 적용될까?

 스마트폰 제조사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자율성을 갖는 것은 스마트폰 산업에 PC의 윈텔 체제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현재 상황에서 스마트폰 산업 내 윈텔과 비슷한 체제를 찾으려면 구글과 ARM사에서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산업 내 구글과 ARM사간의 연결고리는 PC산업보다는 훨씬 느슨하다. PC 시장에서 MS가 윈도우 최신버전을 출시하면 대부분 PC제조사들은 윈도우 최신 버전과 인텔의 최신 CPU를 적용한 PC를 시장에 내놓는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OS 최신버전 출시와 상관없이 1 ~ 2년 전에 출시된 버전을 탑재한 제품도 여전히 신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ARM사는 구글 안드로이드OS 외에도 다른 스마트폰OS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PC, 서버, 스마트TV, 자동차 등 그 폭을 넓혀가고 있어 구글과 ARM간 기기의 성능과 사용성을 결정하는 로드맵을 결정하는 윈텔과 같은 협업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양사간의 관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술간 조합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구글과 ARM을 넘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모바일 OS들의 움직임까지 고려하면 [표1]처럼 리눅스-ARM의 결합, 즉 리암(Linux-ARM) 체제의 모습이 보인다.
[표1] 리암 체제의 수립


 리암 체제의 특징을 살펴보기에 앞서 리눅스와ARM사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리눅스 커널은 서버에서 많이 사용되던 유닉스 계열 OS의 커널이며 GPL(General Public License)로 공개된 무료, 개방형 소프트웨어이다[1]. 좀 더 구체적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리눅스는 서버에서 사용되는 안정적인 OS이며 항상 네트워크 기반으로 운영되게 개발되었다. 뿐만 아니라 낮은 성능의 하드웨어에서도 구동되기 때문[2]에 다양한 성능 대역을 지원하며, 향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인터넷 연결 기기들의 OS로 자리잡을 확률이 높다. 둘째 무료이며 개방형 소프트웨어여서 누구나 무료로 사용가능하며 목적에 따라 변경하여 사용 가능하다.[3] 그 예를 (데스크탑)PC용 다양한 리눅스 OS배포판(Linux Distribution)들을 찾아볼 수 있다.

 둘째 ARM사는 인텔의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 명령어가 가변적이고 복잡한 방식의 프로세서 기술)방식과는 상반되는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간단한 명령어로만 구성된 프로세서 기술)방식의 IP를 개발해 퀄컴, TI 등 팹리스를 포함한 반도체 개발사에게 라이센싱을 제공한다. ARM사의 라이센싱을 획득한 반도체 개발사들은 각 개발사별 보유한 IP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반도체를 설계하여 TSMC나 삼성전자 등 팹(Fab) 업체에 위탁해서 생산한다.


[그림3] PC 윈텔 vs. 스마트폰 리암 


※ 구조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의 내가 이해한 모바일용OS 참조


 이렇게 볼 때 스마트폰 리암 체제 內 제조사는 PC 윈텔 체제와는 전혀 다른 역학관계에서 OS와 AP 개발사와 거래한다<[그림3]참조>. 물론 OS 측면에서 안드로이드가 대세이기 때문에 섯불리 OS에서 다양한 옵션이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OS에는 다양한 버전들이 상존하고 있고 AP에는 다양한 옵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가 PC와는 달리 제품 개발에 상당히 자율성이 있어 윈텔 체제와는 다르다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


Q3) 리암 체제에서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 있는가?

 먼저 리암체제에서 OS는 어떻게 변화가 될지 궁금할 수 있다. 변화의 모습을 PC용 리눅스OS 배포판들의 최근 동향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예측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리눅스 배포판의 통계를 제공하는 DISTROWATCH의 자료를 정리한 글에 따르면 2013년 1월 Top5 리눅스 배포판으로 우분투(Ubuntu), 리눅스 민트(Linux Mint), 핀가이 OS(Pinguy OS), 조린OS(Zorin OS), 페퍼민트OS(Peppermint OS)가 있다.

 이들은 모두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며 상위 프레임워크(커널을 제외한 GPOS의 프레임워크)를 각각 다르게 했다. 그리고 2 ~ 3위 리눅스 배포판인 리눅스 민트와 핀가이OS는 우분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볼 때 스마트폰OS 1위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모바일용 리눅스OS가 개발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4월 4일 발표된 페이스북 홈은 안드로이드OS 위에 추가적인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시도로 리눅스OS 배포판에서 우분투 기반의 변종 OS가 나타나는 모습을 활용한 것이라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자신이 원하는 OS를 직접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어, OS와 서비스, 기기는 어느 개발사 또는 제조사의 결정이 아닌 소비자의 선택으로 결정되어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림4] 페이스북 홈의 구조 

Source : Techcrunch(http://techcrunch.com/2013/04/04/facebook-home-launch/

 그리고 메가 히트 스마트폰 모델이 새로운 서비스 혁신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메가 히트 스마트폰을 개발해 내는 Top tier 스마트폰 제조사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USN(Ubiquitous Sensor Network), M2M(Machine to Machine), IoT (Internet of Things) 등 아직 성공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센싱 기능을 가진 다양한 기기들이 통신망 또는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서비스들의 도화선 역할을 스마트폰이 할 수 있다. 우선 스마트폰이 센서, 기기(Machine or Things)가 되어 센싱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도 있다 (donghyungshin.blogspot.com의 스마트폰을 센서로 활용하는 센서 네트워크 사례 참조). 이러한 센싱 네트워크는 중고 또는 가격이 낮아진 메가 히트 스마트폰 모델을 대량으로 확보하여 리암기반의 새로운 솔루션을 구성할 수도 있다. 그리고 향후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향후 출시될 메가 히트 스마트폰을 개발할 Top tier 제조사들의 로드맵을 감안해야 하므로 Top tier 제조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모습은 기존 새로운 모바일OS의 출시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파이어폭스OS 스마트폰의 첫 적용작인 B2G(Boot to Gecko)는 삼성전자 갤럭시S2를 기반으로 만들어 졌고, 우분투OS의 첫 적용 스마트폰은 넥서스 S라는 점에서 메가 히트 모델은 기존 서비스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혁신의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커널(Kernel) 위의 상위 프레임워크가 HTML5과 같은 웹 기술으로만 구성된다면 스마트폰의 특정 서비스에 대한 독립성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서비스 사업자들의 AP와 커널에 대한 종속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비슷한 상황으로 인텔 칩셋을 채용한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은 ARM사 기반 안드로이드OS용으로 개발된 앱을 구동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에뮬레이터가 필요하다.

이처럼 리암체제 하에서 스마트폰 산업은 PC산업과 전혀 다른 AP, OS개발사와의 역학 관계 속에서 제조사들이 자율성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는 제조사가 서비스 사업자를 종속한다는 말은 아니다. 엄연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체질과 영역은 다르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지금까지 서비스-제품이 OS나 AP라는 플랫폼에 종속적인 산업 환경이었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제품이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연동이 잘 되는 산업 환경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도 서비스 사업자, 선도 제품 제조사들의 경우에 가장 자율성이 높을 것이며, 하위 서비스 사업자들은 선도 제품 제조사에 대한 종속성이 있고 하위 제품 제조사들은 선도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종속성이 상대적으로 높기는 할 것이다. 그리고 선도 제조사가 되려면 제품 3대 구성요소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구에 대한 이해와 개발 역량이 높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도 제조사 및 서비스 사업자가 되려면 비록 핵심 사업 영역은 아닐지라도 OS나 AP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투자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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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en.wikipedia.org/wiki/Linux_kernel
[2] 리눅스 커널의 이해. 다니엘 보베이, 마르코 체사티 지음
[3] http://my.taking.kr/41